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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st to 3rd Quarter저냥 2020. 9. 28. 10:40
<Iwamizu - edo>
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어언 마지막 3개월을 남겨놓고 있다.
이제야 심적 여유가 생겼는지는 허망한 블로그에 글이나 적자는 변덕인지
어물쩍 시간을 보내기 전에 지금까지의 한 해를 한번 정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.
올해를 '갭이어'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하고
못해본, 하고 싶은 일들을 미약하나마 해본 게 위로라면 위로겠지만
코로나로 인해 못다 한 일들이 있다는 게 마음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는다.
느릿한 나에겐 이런 환경의 변화도 적응이 쉽지가 않나 보다.
겨울은 어떻게 왔고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.
큰일을 당한 이후라 마음에는 여유가 생길 틈이 보이질 않았고, 그렇게 수개월을 방황했던 것 같다.
물론 처음엔 여행이니 공부니, 연애니 거창한 계획도 세웠지만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누굴 챙길 여유가 있었을까?
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고 한다.
건강한 몸은 육체적 건강. 즉 운동 따위로 해결할 수 있다.
건강한 정신은 몸만 만들어지면 저절로 건강해지는 것일까?
잡생각이 가득한 머리를 비우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겨울의 끝이었을까 싶다.
봄의 시작은 건강과 함께 찾아왔다.
일하면서 잃었던 건강을 조금씩 되찾아가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형편이 되었다.
"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몸에서 온다"는 말이 맞나 보다… 라는 생각이 더러 들더라.
친구의 추천으로 심리상담을 받아봤고, 몇 번의 내담 이후 상담사의 추천으로
크리에이터 클럽, 소위 크클이라 불리는 커뮤니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하게 되었다.
그간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었을 텐데 처음에는 치료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셈 치고 시작을 했다.
여름의 시작. 인싸모임.
크클의 처음 시작이 곧 여름의 시작이었다.
이런 곳을 간다는 몇몇 친구에게는 '인싸모임'이라는 말로 일축해 설명하곤 했다.
첫 모임 이후 상담사가 추천한 이유를 여실히 느끼고는 모임 당일까지 갖고 있던 의구심과 경계심을 살짝 내려놓았다.
다양한 분야에 있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사이트를 얻는다는 게 매우 좋고 훌륭했지만
나를 만족시켜주는 무언가는 없었다. 물론 내 기대가 컸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.
몇 번의 정기 모임 이후로는 내가 상담사에게 내린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.
모임에 임하는 각오? 같은 얘기로 "내가 남들로부터 얻어가는 만큼 남들도 내게서 얻어가는 게 있으면 좋겠다."라는 말을 첫 모임 때 했다.
다른 사람은 얼마나 실천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'여름'이 내게 있어선 나름 훌륭한 밑거름이 되었지 싶다.
길고 긴 인고의 시간이 지나 어느덧 가을이 왔다.
불현듯 머리를 스친다.
"20대의 하루는 30대의 일주일, 30대의 하루는 40대의 한 달과 같다."라는 말이.
나는 나의 20대, 30대, 40대를 생각해볼 때 나에게 주어진 하루 할당량을 온전히 살고 있을까? 혹은 있었을까?
같잖은 생각을 하며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오늘 하루도 자조해본다.